‘축제의 사나이’ 이재원, 지역 축제의 풍경을 바꿔놓다

최고관리자1 0 1 2022.09.27 09:01
9~10월 정선아리랑제, 웰컴 대학로,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 노원탈축제 예술감독



이재원 웰컴 대학로 감독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원 감독은 올 가을에 열리는 정선아리랑제, 웰컴 대학로,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 노원탈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한결 기자 지난 24일 ‘공연예술 일번지’ 대학로의 왕복 8차선 도로는 하루종일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부터 혜화역 1번 출구까지 약 500m의 차 없는 도로에서 웰컴 대학로 페스티벌 개막식인 ‘웰컴 로드쇼’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후 1~9시까지 열린 웰컴 로드쇼에 32개 팀이 도로에서 행렬을 이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였고, 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도로 양쪽은 장사진을 이뤘다.웰컴 대학로는 한국관광공사가 대학로를 공연관광 명소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공연관광협회 등과 손잡고 2017년부터 열어온 공연관광축제다. 올해는 9월 24일~10월 30일 우수 공연을 릴레이로 감상하는 ‘웰컴 씨어터’, 수요일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상연하는 ‘웰컴 K-스테이지’,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는 ‘웰컴 프린지’, 자유참가작들로 이뤄진 ‘웰컴 플러스’로 구성됐다.웰컴 대학로는 그동안 공연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재도약을 준비하면서 축제의 진두지휘를 이재원(52) 감독에게 맡겼다. 이재원 감독이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 등을 통해 국내에서 드물게 지역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한편 시민 참여를 끌어내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웰컴 대학로 역시 지난 8월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오영수와 모니카 등 홍보대사 위촉부터 역대 첫 대규모 개막 로드쇼까지 대학로에 활력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50여 편의 작품이 웰컴 대학로에 참가했으며 30여 곳의 대학로 상점 역시 부대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섰다.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것으로 이름이 나면서 이 감독은 올가을 4개 축제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웰컴 대학로 외에 정선아리랑제(9월 15~18일),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10월 1~3일), 노원탈축제(10월 8~9일)로 하필이면 한 달 사이에 모두 몰려 있다. 지난 23일 웰컴 대학로 개막 로드쇼를 준비 중이던 이 감독을 만나 어떻게 ‘축제의 사나이가’가 됐는지 들어봤다.



올해 웰컴 대학로의 홍보대사인 원로배우 오영수가 지난 24일 웰컴 대학로 개막식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위). 아래는 같은 날 웰컴 대학로의 개막식의 메인행사인 ‘웰컴 로드쇼’에서 예술 단체가 행진하는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원주로 귀향했다가 축제 전문가로 각광“축제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개월부터 길게는 1년 정도의 준비과정을 가집니다. 올가을 제가 맡은 축제들이 몰려 있어서 바쁘지만 연초부터 각각의 콘셉트대로 진행해와서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웰컴 대학로를 빼면 지역 기반의 시민 참여형 축제라서 활용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들이 있거든요.”대학로에서 배우를 거쳐 연극 기획자로 활동하던 이 감독이 축제 전문가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향 원주로 귀향하면서다. 지난 2010년 서울 생활을 접고 원주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됐을 무렵 원주시 관계자들이 그를 찾아왔다.  당시 원주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 개막 두 달을 앞두고 마케팅을 떠맡은 그는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티켓을 매진시켰다. 원래 3만2000석 전석 무료인 티켓 중 불요불급한 좌석을 빼고 2만8000석을 유료화한 뒤 모두 판매하자 원주시는 깜짝 놀랐다.“원주에서 규모 있는 공연예술축제를 진행한 경험이 없다 보니 준비가 미진했었어요. 그래서 대학로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던 저를 급하게 찾은 거죠. 다행히 원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전국연극제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당시 또 다른 성과는 원주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전국연극제가 성공하자 원주시는 이 감독에게 축제를 부탁하고 나섰다. 과거 군사도시였던 원주는 6·25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이던 2000년부터 격년으로 군악축제인 ‘원주국제따뚜’를 열었다. 2006년에는 4300석 규모의 전용 야외공연장까지 건설됐다. 하지만, 원주국제따뚜는 20억 원 넘는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시민참여 그리고 콘텐츠 다각화 등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원주시가 2011년 원주국제따뚜를 대신해 준비하던 ‘원주다이내믹페스티벌’의 기획안을 보고 거절했다. 따뚜 야외공연장에서 군부대의 탱크 쇼와 함께 연예인들 초청 공연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후 몇 달 뒤 열린 축제는 시민의 외면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무대 사고로 20여 명의 부상자가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자 원주시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그를 찾아와 시민이 주인공인 축제를 만들어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했고, 그는 2012년 최소 3년간 예술감독을 보장받고 축제에 뛰어들었다.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모습.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시민이 주인공 되어 즐기는 지역 축제 지향“당시 축제에서 ‘다이내믹’이란 타이틀만 유지하면 무엇이든 바꿔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어요. 그래서 시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고민 끝에 상금(최고상금 3000만 원)을 내건 댄싱카니발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일본의 마쓰리와 브라질의 카니발을 벤치마킹 했는데요. 당시 전국 곳곳의 춤 동아리를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강원도 내 각종 학원이나 복지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댄싱카니발에 참가하도록 설득했죠.”2012년 9월 원주다이내믹페스티벌에서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로 바뀐 축제가 첫선을 보였다. 따뚜 공연장에서 열린 연희와 뮤지컬 갈라쇼도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원주 시내 원일로 200m에서 펼쳐진 댄싱카니발 경연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당시 러시아에서 온 3개 팀을 포함 45개 팀 4410명이 참가했고, 이들의 퍼레이드 공연을 보기 위해 운집한 관객들은 내내 환호성을 질렀다. 덕분에 프린지였던 댄싱카니발 경연은 이듬해부터 메인 프로그램이 돼 6일간 예선과 본선이 치러지게 됐다.2013년엔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길이 120m, 폭 15m의 대형 가설무대도 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관객 수도 따뚜 공연장 4300석에 가설무대 양옆 임시객석 1만6000석이 만들어졌다. 약 2만 명이 바라보는 가운데 댄싱 팀들은 가설무대 위에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따뚜 공연장에 들어오게 된다. 이런 형태는 카니발에 참가한 댄싱 팀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만큼 매년 참가자 증가로 다시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던 2018년은 해외 팀 40개를 포함해 146개 팀 1만2000여 명이 등록해 댄싱카니발 역사상 가장 많은 참가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주댄싱카니발은 단시간에 지역 축제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전국 축제 관계자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성공은 원주시의 지속적 지원과 안정적인 축제 사무국 운영을 토대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축제를 만든 덕분입니다. 솔직히 시민참여형 축제의 경우 예술감독과 사무국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중요해요. 제 경우 축제가 다가오면 하루에 100통 이상 참가팀들과 전화하면서 그들이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애씁니다.”“전국에서 댄싱카니벌이 20개 정도 나왔으면”



이재원 감독이 이끄는 올해 정선아리랑제의 개막식(위)과 노원탈축제의 모습.      정선아리랑제, 노원탈축제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이 감독은 물론 함께 일해온 스태프에겐 지역의 다양한 축제와 행사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 감독의 경우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 이외에 2017년부터 노원탈축제를 이끌고 있으며, 올해 정선아리랑제와 웰컴 대학로도 맡았다. 노원탈축제는 과거엔 주민이 그저 관람하는 행사였지만 그가 맡은 이후 서울의 대표적 시민참여형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제는 올해 지역 축제의 전형적인 외지 야시장과 품바 각설이를 배제한 대신 아리랑을 활용한 노래와 댄스를 겨루는 ‘A-POP’ 경연대회를 새로 선보이며 변화를 예고했다.“축제 감독은 시대적 흐름과 지역 정서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노원탈축제의 주민 참여도는 아쉬운 수준인데요. 서울이라 예술적으로 훈련된 주민들이 많은 대신 자신이 사는 노원구에 대한 애정이 적습니다. 앞으로 주민들이 축제를 즐김으로써 노원구에 대한 자긍심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반면 정선아리랑제는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정선에서 열립니다. 인구 20만 명의 정선은 ‘늙은 지자체’지만 축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은 매우 높죠.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토대로 한 정선아리랑제가 외부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올해 ‘A-POP’ 경연대회를 시작했는데, 젊은이들이 많이 와서 정선 주민들도 매우 기뻐했죠.”하지만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드라마틱한 성공 이후 전국 곳곳에서 시민참여형 축제를 만들거나 개혁할 때 이 감독을 찾다 보니 그가 맡은 축제들이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단골 수상자인 지역 춤 단체들이 웰컴 대학로, 노원탈축제 등 그가 관여하는 여러 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전역에 요사코이 마쓰리가 200개 정도 열린다. 원래 고치현에서 시작돼 여러 지역으로 그 형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 같은 축제가 늘어나는 게 바람이다. 앞으로 20개 정도 만들어져 하나로 모이면 브라질 리우 삼바 축제 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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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55437?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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